가시나무 입춘

가시나무 입춘

채 겨울도
떠나지 못한
들판에서

미리
푸른 것들이야
계절의 전령으로
치지

오메, 벌써
봄인갑다,

그리
오두방정으로
좌정치 못하고

들썩거리기
시작할라치면

이제
돌아오는 봄을
어찌 다 견디겠는가

낮고
볼품없는
밭두렁이나
언덕배기로부터

코딱지풀꽃이나
냉이꽃, 술꽃들이
서둘러 피어나면

듬성듬성
이름도 설운
오랑캐꽃이 또
피어나고

그러다
환장하도록
노오란 빛깔의 꽃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릴 터라

미리
조심스럽다
매양 사는 꼴이
똑같아

하나도
더 나아지는
법이 없어

늘 초라하고
곤란하면서도
어찌 봄을 또 그리
겨워하는지

야윈 두 팔로는
햇빛을 가득
안으며

마른
가지마다
톡톡 움을 틔어볼까,
하는갑다

하찮은 바람에도
호들갑을 떤다

-김영천-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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