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三南)에 내리는 눈
봉준이가 운다
무식하게 무식하게
일자 무식하게.
아 한문만 알았던들
부드럽게 우는 법만
알았던들
왕 뒤에
큰 왕이 있고
큰 왕의 채찍!
마패 없이
거듭 국경을 넘는
저 보마(步馬)의
겨울 안개
아래
부챗살로
갈라지는
땅들
포(砲)들이
얼굴 망가진
아이들처럼 울어
찬 눈에 홀로
볼 비빌 것을 알았던
계룡산에 들어 조용히
밭에 목매었으련만
목매었으련만,
대국 낫도 왜낫도
잘 들었으련만.
눈이 내린다,
우리가 무심히
건너는 돌다리에
형제의 아버지가
남몰래 앓는
초가 그늘에
귀 기울여 보아라,
눈이 내린다,
무심히,
갑갑하게
내려앉은 하늘
아래
무식하게 무식하게.
-시詩/황동규-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