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익을 뻔했네

하마터면 익을 뻔했네

맨 처음
나를 깨트려 준
생솔 같은 총각
선생님,


골짜기에서
올라와

혼자
제자리 찾아
서지도 앉지도 못하는
불안 불안한, 갑갑한
이 달걀에게

여린
정신이
번쩍 들도록,
음으로 양으로
깨트려 준 샛별 같은
그 선생님

당신이
날 깨트렸으므로
혁명의 눈을
초롱초롱
떴네

한 번뿐인
생달걀,

생이
한 번뿐이라는 걸
가르쳐준 그 후부터

나는
익지 않으려
기를 쓰며 사네,

그러나
하마터면 나
익을 뻔했네.

익으면
나 부화될 수가
없네

깨트려 주는 것과
깨지게 한 것과

망가뜨린다는 것의
차이점을

사전 속 아닌
필생 부딪히면서,

익지 않으려
애쓰면서
에그,

하마터면
또 홀랑 반숙될
뻔했네

-박숙이-

2019 서정주문학상 수상작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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