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잎이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
4월의
끝자락에
은방울꽃 찔레꽃
애기똥풀꽃
수국이 피고
나면
5월은
꽃들이 잠깐
사라진 초록의 침묵기
바로 그때를 기다려 5월 대지의
심장을 꺼내듯 붉은 들장미가
눈부시게 피어난다
일단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하자
꽃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난다
누구도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누구도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
꽃은 남을 눌러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이겨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자신이
뿌리내린 그 자리에서
자신이 타고난
그 빛깔과
향기로
꽃은
서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고
자기만의 최선을 다해
피어난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시인 박 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435쪽
*시인 프로필
ㅡ 1957. 전남 함평출생, 고흥에서 성장
ㅡ 본명 박 기평
ㅡ 고흥중학교 졸업
ㅡ 공장생활하며 선린상고 야간 졸업
ㅡ 나눔문화 이사
ㅡ 1983. 시와 경제 ‘시다의 꿈’으로 등단
ㅡ 노동문학상, 시인크럽 인권상
ㅡ 사진과 글을 실은 박노해 사진전
도서와 시집, 노동의 새벽 등 다수
박 노해 (기평) 시인
박노해(1957~ )의
대표적 시집은
<노동의 새벽>입니다.
박노해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열악한 작업 환경이라는
최악의 한계 상황을 낮은 포복으로
통과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노동자
시인입니다.
참혹한
노동 현장의
비인간적인 삶의
실상을 고발
했습니다.
박노해는
1957년 11월 20일
전남 함평군 함평읍
기각리에서
태어났고
필명인 박노해는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본명은 기평입니다.
박노해 시인은
노동자 출신입니다.
시인은
상업 고등학교 야간부를
졸업한 후 삼원철강에
취직하는 한편
향린교회
청년부와 야학
모임에서 활동했습니다.
1982년께 군대에
다녀온 그는 야학 일을
하다가 만난 김진주와
결혼하고,
안남운수에
취직한 뒤 본격적으로
노동 운동에
투신합니다.
1991년 3월 10일
국가안전기획부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한 그는
백태웅 등과 함께
이른바 ‘사노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어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으나
무기 징역으로 감형되어
수감 생활을
했습니다.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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