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論

바닥論

나는 바닥이 좋다.

바닥만 보면
자꾸 드러눕고
싶어진다.

바닥난
내 정신의 단면을
들킨 것만 같아
민망하지만

바닥에 누워
책을 보고
있으면

바닥에 누워서
신문을 보고
있으면

나와
바닥이
점점 한 몸을
이루어 가는
것 같다.

언젠가
침대를 등에 업고
외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식구들은
내 게으름의
수위가

극에
달했다고
혀를 찼지만

지인은
내 몸에 죽음이
가까이 온 것
아니냐고
염려하지만

그 어느 날 바닥에…

내 몸을
납작하게
깔았을

집안에
평화가 오더라.

세상의
저변을
조용히 받치고
가는

바닥의 힘을
온몸으로
전수받기
위하여

나는 매일
바닥에서
뒹군다.

-김나영 시인-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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