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가게 할머니

쌀가게 할머니

거진시장 뒷골목길
옛 쌀가게
할머니

여든이
훌쩍 넘어
가끔 치매증세가
있으시다는

도로확장
계획에 묶여
오랫동안 비어있는
가게 유리창에

자주 내 붙이시는
할머니체
글씨

´가개 세 놋습니다´

바다 마르던
궁한기
에는

등대 언덕배기
사람들에게
까지

쌀이나
국수 외상을
한 번도 거절하지
않으셨다는

인심 좋고
기운 펄펄 하시던
쌀가게 할머니

혼자 키운 아들이
늦은 나이에 읍사무소에
취직을 하면서

힘에 부쳐
가게문을 닫으셨는

동네에
대형슈퍼마켓들이
들어서면서

재래시장도
기운을
잃어

뒷골목 길은
사람들 발길이
뜸해져 버렸다

사람 그리운
할머니 북적이던 때를
못 잊으시고

세 들어 온
사람들과 정 붙여
살아보시려는

집이
헐릴 것이라는
말은

기억에서
자꾸만 지워버리시는

아니면
글씨 바꿔 쓰시는
일에 재미를
붙이셨는

늦둥이
손녀딸은
딱풀칠을
하고

나이
쉰이 넘은 아들은
유리창에
붙이고

할머니
손뼉 치며
아이처럼 즐거우
시다

오늘은
분홍색 사인펜으로
정성 들여 쓰셨다

´가개 세 놋습니다´

-글/김향숙-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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