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절정이다
하늘에 솔개가
날고 있을 때
지저귀던 새들이
숲으로 날아가
숨 쉰다는 걸
알았을 때
경찰을 피해
잽싸게
골목으로 숨던
그때를 생각했다
맞바람에
나뭇잎이 뒤집히고
산까치가 울면 영락없이
비 온다는 걸
알았을 때
우산도 없이
바람 속에 얼굴을 묻던
그때를 생각했다
매미는
울음소리로
저를 알리고
지렁이도 심장이 있어
밟으면 꿈틀한다는 걸
알았을 때
슬픔에 비길 만한
진실이 없다고 믿었던
그때를 생각했다
기린초는 척박한
곳에서만 살고
무명초는 씨앗으로
이름값한다는 걸
알았을 때
가난을 생각하며
‘살다’에다 밑줄 긋던
그때를 생각했다
제 그림자
밟지 않으려고
햇빛 마주 보며 걸어갔던
시인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고독에 비치는 것이
시라는 걸
알았을 때
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던
그때를 생각했다
돌아보면
그때가 절정이다
-글/천양희-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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