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흑기사

나의 흑기사

“나는 해산물을
못 먹는데… 도대체 왜! 

우리 시댁은
외식 때 마다 해산물만 먹을까?“

신혼살림 중인 동생이
한 참 볼멘소리를 내 뱉었다. 

본인은 해산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 사실을 알고 계시면서도, 

꼭! 외식 때,
해산물 집에 간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동생이 화가 난 건,
제부 때문이라고 했다. 

외식 때마다
‘해산물’은 정말이지
싫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단 한 번! 다른 메뉴 권하는 일 없이
혼자 냠냠 쩝쩝 잘 먹는 다는 것이었다. 

동생이 무릎을 꿇고 앉으면,
딱 10분 뒤에!

‘편하게 앉아~’라고
말해주기로 한 약속도 잊은 채 말이다. 

푸념하는 동생이
십분 이해 돼서,

한참을 맞장구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직접 강력하게
말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동생에게 전하지 않았다. 

사실, 결혼한 지
6년이나 지난 나도,
콜라 하나를 못 시켜서
쩔쩔 매기 때문이다. 

나는 술 마실 때
꼭 콜라와 함께 마시는 습관이 있다. 

몸에 안 좋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소주 마실 때 콜라가 없으면,
술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문제는!

내가 계산한다면,
편하게 콜라를 시킬 수 있는데,
아버님이 사주시기로 한 외식자리에서

콜라를 시키기가 

음.. 뭐랄까.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사실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 한 마디를 못하나 싶겠지만,
어쨌든 말하기가 너무 불편하다.
(소심 끝판 왕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마시고 싶은 마음 꾹 누르고
술을 마시는데,

작년 여름 언젠가는
날이 너무 더워서
참을 수 없을 만큼 콜라가 당겼다. 

안되겠다 싶어,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남편 귀에 작게 속삭였다.
“여보! 나 콜라 좀 시켜주면 안 돼?”

분명 식당이 조용했는데,
남편이 못들은 모양이었다. 

“뭐라고?”

어쩔 수 없지,
난 다시 남편의 귀에 조용조용 속삭였다. 

“여보! 나 콜라가 너무 먹고 싶어,
한 번만 시켜주면 안 돼?“

“ 아 뭐라고!?”

그 날 날씨가 더워서 인지,
남편은 조금 짜증이 난 것 같았다. 

난 다시 기회를 엿보다가
남편의 귀에 속삭였다. 

“여보,, 제발 

나 콜라 한 번만 시켜줘“
그랬더니 우리 남편이 글쎄,

아주 큰 소리로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다.

“아니, 왜 말을 못해?
그렇게 콜라가 먹고 싶으면,

직접 시켜먹지, 왜 날 시켜?“
지금 떠올려도 

그 때 상황은 정말 난처했다.
사실 난 그 때 화가 났다.

처음엔 별 것도 아닌 걸로
짜증을 팍 내는 남편이 미웠고,

다음으론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결국은 시부모님 다 들으시게 

무안 주는 남편이 괘씸했다. 

그리고 점점 생각하다보니,
내 친구들은 술집에 갈 때마다,
내겐 묻지도 않고 

당연하다는 듯, 콜라를 시켜주는데,
나를 분명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이런 것 하나 알아서 척척 못해주는 지
정말 센스 없다, 못 됐다! 밉다
하는 생각이 수없이 지나갔다.

그 뒤로는 절대! 남편에게
콜라를 시켜달라고 말하진 않는다.
결과를 뻔히 알기 때문에. 

그래서 사실
난 아직도 콜라를 참는 중이다. 

분명 시부모님과 산지도
2년이 훨씬 넘었고, 

매일 함께 이야기하고, 밥도 먹지만,
어쩐지 콜라 시키는 건 어렵다. 

그런데 며칠 전
동생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편한 상황에서,
완벽히 나를 구해줄 수 있는 건,

남편도 그 누구도 아니고,
나 밖에 없다는 사실을‘말이다. 

어렵겠지만,

나는 앞으로 직접 콜라를 시키자.

어렵겠지만,

동생은 앞으로 직접 말씀을 드려보자.

‘어머님~!
다음번엔 제가 좋아하는 고기도
먹어보면 어떨까요?‘라고,

내가 강력하게 말하지 않고,
상대가 알아서 배려해주길 바라는 것만큼
막연한 기다림은 없으니까. 

결국, 끝은 ‘콜라를 참는 것’
밖에 없으니 말이다.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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