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이부러웠던날
결혼한 친구 집들이에 다녀왔던 날,
쓰레기통이 아른거려 마음이 복잡했다.
친구 집 쓰레기통이 부러웠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정말 그랬다.
쓰레기통이 참 부러웠다.
왜,
가구도,
전자제품도,
이불도 아닌
쓰레기통인지를 묻는다면,
그건 집에 있는 것 중
쓰레기통이 가장 별 볼일 없고,
그 무엇으로든
대체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쓰레기통은
내가 지금 당장 친구를 따라
모든 것을 바꾼다고 해도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 못할
가장 작은 것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옷을 사 입어도,
속옷은 그대로인 것처럼.
지금 당장 흉내 낼 수 없는 그런 것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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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돌아와 바라본
우리 방은 울적함을 한층 더 더했다.
분명 나도 신혼 때는
이불과 배게 커버가 한 세트였는데,
이젠 분홍, 파랑, 초록
제각각이 되어버렸다.
옛날엔 장롱 속 옷걸이들이
한 종류로 가지런했는데,
이젠 세탁소 것, 아이 것 등등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새하얀 가구는 때가 탔고,
몇 번이나 고르고 골라
손수 도배까지 했던 소라 색 벽지는
처음의 빛깔을 잃었다.
친구 집은 모델하우스 같았는데,
우리 집은 삶의 흔적이
너무나도 많이 배어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신혼 때처럼 하나하나
바꾸어나가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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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게 꽤 오래전 일인데,
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쓰레기통도,
이불도
배게 커버도 그대로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옛날엔 구질구질해보였던,
삶의 흔적들이
이제는 싫지 않다는 점이다.
딱 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질 만큼
오랫동안 우리가 함께 했구나 싶다.
아마 그 시간동안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을
많이 채웠겠구나. 싶다.
-글/날며-
<날며의결혼일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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