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머니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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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머니의 일기

미안하구나,
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작자미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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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thoughts on “어느 어머니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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