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눈도 어둡고
귀도 어둡고
밝은 것은
눈치와 미안함 뿐
나이 들면
다 마찬가지인데
늙어 죄인이 되신 어머님
밥상을 차리다가
반찬에 빠진
밥풀을 걷어 내며
짜증이 날 때 마다
어린 시절
나의 더러운 곳곳
손으로 닦아주시며
웃어주시던
어머님을 생각하면
온갖 핑계와 거짓말로
속여도 속여도
속아주었던
그 끝없는
속앓이를 생각하면
쪼그라들고
천해지신 그 몸짓을
조금 더 이해하려고
애쓰는 천박한 마음이
초라해진다
벌써…여러 해
긴병에 효자없다고
지쳐서 어쩌냐고
속도 모르며
말하는 사람들아
어머님의
막막했던 가슴
나도 조금
흉내 내어 보는 것뿐이다
그래도 거기
당신만한 진심이 있으랴
끝없이
쏟아 부어 주신 마음속에
조금 나눠 드리는 척
생색내는
이 불효자식은 여전히 당신의 내리사랑을 이해하는 척 하는 것 뿐
그래서 자식은 애물단지고
부모는 고려장단지인가보다.
알고 보면 영원히 철없는 것이
자식인 것을…
-책속의한줄-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