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평범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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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평범한 가치

이따금 나는 륨 드 세인 같은 거리의 조그만 가게의
윈도우 앞을 어정거리는 일이 있다.
그것은 고물상이나 조그만 헌 책방의 동판화를 파는 가게로
어느 윈도우에나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많이 들어차 있다.
나는 손님이 한 사람도 들어가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아마 장사를 하려고 가게를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역시 거기에 사람이 있는 것이다.
앉아서 무엇을 읽고 있다. 정말 한가한 모습이다.
내일을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부자가 되려고 억척을 피우는
모습이란 눈곱만치도 없다.

발치에는 살이 찐 개가 배를 깔고 누워 있다.
개가 아니면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는 꽂혀 있는 책에
몸을 비비며 표지의 등 글자를 지우듯이 걸어 다닌다.
그것은 주위의 조용함을 더욱 깊게 하는 것 같다.

아아, 이런 생활에 만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느 가게 하나를, 구닥다리 물건이 차 있는 윈도우를
고스란히 사들여 개 한 마리와 함께 그 안에서
20년쯤 앉아 있을 수 있다면 하고.

글/릴케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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