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울 아부지 서른,
울 엄니 스물 셋
꽃아씨,
아부지 투덕한
살집만 믿고 신접살림
차렸다는디,
기둥 세우고,
짚과 흙 찰박찰박 벽
다져,
오로지
두 양반 손으로
집칸 올렸다는디,
부쳐먹을
땅뙈기가 없는
기라
내사
남아도는 게
힘이여
붉은 동빛
박지르며
집을 나서면,
이윽이윽
해가 지고,
어둠별 묻히고야
삽작을 밀고
들어섰다는디,
한 해 두 해
불어나는 전답,
울 엄니
아부지 얼굴만 봐도
배가 불렀다는디……
늘어나는 것이
어디 그뿐이랴
울 엄니
이태가 멀다
실제 배가 불렀다는디,
갈이질에,
새끼들
가동질에,
하루 해가 지는지 가는지
하 정신 없었다는디,
울 아부지
저녁밥 안치는 엄니
그대로 부엌바닥에
자빠뜨린 거라
그 징헌 꽃이
셋째 딸년
나였더란다
첫국밥
수저질이
느슨할밖에……
임자
암 걱정 말어
울 아부지
구렛나룻 쓰윽
훑었다는디,
스무날을 넘기자
사랑방 올린다고
밤새 불을
써 놓고
퉁탕퉁탕 엄니 잠을
깨웠드란다
모름지기
사내 자슥 셋은
되야혀
그때 되믄
계집애들이랑
분별하여 방을 줘야
않겄어!
그렇게
맨몸으로
생을 일궜던
울 아부지,
성 안 차는
아들 두 놈 부려
놓고
이젠 여기 없네.
-함순례-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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