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교실 4
너희들은
달려가야
한다
한 마리
뻣센 물고기가
되어
작은 시냇물을
만나고
큰 강물을
만나고
마침내
푸른 바다를
만나고
만나
힘차게 달려가야 한다
짧은
초겨울 해는
이미 지고
운동장
가득 길게
누운 어둠
누군가가
죽음의 냄새로
우리 시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다
열세 살,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반짝
살아오는
너희들을
죽이며
형광등
불빛 아래
흰 분필가루를
날리고 서 있는
이 나라의 보충수업 10년
우리 스스로
죽음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하루
일곱 시간
여덟 시간 지치고
지친
후진국 교사인
내 수업보다
더 안쓰러운
우리 아이들아
한마디
거부도 없이
침묵하는
우리 아이들아
너희들
겨드랑이에
지느러미를
달아주고 싶다
저마다
금빛 은빛으로
빛나는
해방과 자유의
지느러미를
달아주고 싶다
나도
너희들과 더불어
해방하고
싶다
유리창 밖
저 컴컴한
죽음과 같은
우리 시대의
어둔 바다와
해협을
지나
언제나
맑은 햇살과
바람이 자유로운
그곳으로
함께
알몸으로 뒹구는
그곳으로
-정일근-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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