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自畵像)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
(1917-1945)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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