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위의 잠
저 지붕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 봅니다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 온 제비,
거리에선 아직 흙 바람이
몰려 오나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하는 못하나,
그 위의 잠
글/나희덕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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