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뜨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소리나
쌀 안치듯 찰싹대는 강물의 저녁인사를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들마저 덤덤해지는,
산사山寺의 풍경風磬처럼 먼산 바라보며
몇 번이나 노을에 물들 수 있을까.
산빛 물들어 그림자 지면
더 버릴 것 없어 가벼워진 초로初老의 들길따라
쥐었던 것 다 놓아두고 눕고 싶어라.
내다보지 않아도 글썽거리는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글/김재진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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