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순례자
나 이제
돌아가리라
도처의
전원을 끊고
덜컹거리는
마음의 안달을
마음껏 등지리라
지그시
눈감으며
나에게로
혹은
나로부터
발사되던
직선들을
깡그리
무시하리라
그리하여
나 돌아가리라
등한시했던
몸의 변두리를
찾아
두 발에게
두 손에게
머리 숙이리라
때와 장소를
자백하고
20세기에 태어난
그 어린 이름들도
불리라
하여
나 어서 몸이리라
소리에
민감하고
냄새에 반응하리라
맛에
겸손하고
촉감에 민첩하며
육감에
충실하리라
나 몸이리라
오로지
몸으로
더운 몸이리라
그리하여
낯선 나
나에게로 돌아가리라
-이문재-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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