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별/ 이해인
안으로 마음을 모을수록 기쁨이 스며들고 발견할 것이 많은 이 내적 순례를 나는 종종 ‘보물섬’이라고 부른다.
평소에 잘 안 보이던 것, 안 들리던 것, 안 느껴지던 것들이 ‘피정’동안은 좀더 잘 들리고 잘 보이고 아주 예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늘과 바다의 푸른 빛깔, 새소리, 바람소리도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오고 수도원에 함께 입회한 동료들의 주름진 얼굴과 횐머리 사이에 숨겨진 인내의 세월도 더없이 소중하게 읽힌다.
새벽에 일어나 성당으로 가는 길에는 유난히 빛나는 새벽별 몇 개가 손에 잡힐 듯이 떠 있곤 했다. 밤에 보는 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새벽별.
훤히 깨어 있는 그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들이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고요히 빛을 밝혀주는 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제자리에 머물다가 고요히 사라지는 별.
어쩌면 참 기도자의 모습도 별과 같은 것이 아닐까. 오랜 세월 동안 나를 위해 기도해준 이들의 모습도 하늘에 떠 있었다.
늘 사랑의 빛을 많이 지고 사는 나는 별을 보며 다짐 하였다. 더 많이 감사하기, 더 깊이 사랑하기, 이제 무엇을 자꾸 달라고 보체기만 하는 기도는 이제 그만 하자고 마음 먹었다.
바쁜 것을 핑계로 기도를 소훌히 한 내 모습을 제일 먼저 새벽별에게 불킨 것 같아 부끄럽던 날.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자유시간’이라고. 말한 피에르 신부의 말을 새해의 화두로 삼고 싶어 향기나는 새 노트에 적었다.
나를 사로잡는 한 위대한 영혼, ‘새벽별을 닮은사람’ 피에르 신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헌신하면서도 웃음과 유머,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았기에 더욱 매력 있어 보인다.
‘모든 사람을 항상 사랑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시도만으로 이미 천국을 향해 걷고 있는 것이다’라고 한 그의 말에 용기를 얻으며 나도 새벽별이 되는 꿈은 꾼다.
기쁨이 열리는 창/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