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때의 독서



일곱살때의 독서

제 빛남의
무게만으로

하늘의 구멍을
막고 있던
별들,

그날 밤
하늘의 누수는
시작되었다

하늘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이었던가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하늘은 울컥울컥
쏟아져서

우리의
잠자리를
적시고

바다로
흘러들었다

그 깊은
우물 속에서
전갈의 붉은
심장이

깜박깜박 울던
초여름밤

우리는
무서운 줄도
모르고

바닷가
어느 집터에서,

지붕도
바닥도 없이

블록 몇 장이
바람을 막아 주던
차가운 모래
위에서

킬킬거리며,
담요를 밀고
당기며

잠이 들었다

모래와 하늘,
그토록
확실한

바닥과 천장이
우리의 잠을
에워싸다니,

나는
하늘이
달아날까 봐

몇 번이나
선잠이 깨어

그 거대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날 밤
파도와 함께

밤하늘을
다 읽어 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그날 밤

하늘의
한 페이지를
훔쳤다는
걸,

그 한 페이지를

어느
책갈피에
끼워 넣었는지를

-나희덕-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