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빛남의
무게만으로
하늘의 구멍을
막고 있던
별들,
그날 밤
하늘의 누수는
시작되었다
하늘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이었던가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하늘은 울컥울컥
쏟아져서
우리의
잠자리를
적시고
바다로
흘러들었다
그 깊은
우물 속에서
전갈의 붉은
심장이
깜박깜박 울던
초여름밤
우리는
무서운 줄도
모르고
바닷가
어느 집터에서,
지붕도
바닥도 없이
블록 몇 장이
바람을 막아 주던
차가운 모래
위에서
킬킬거리며,
담요를 밀고
당기며
잠이 들었다
모래와 하늘,
그토록
확실한
바닥과 천장이
우리의 잠을
에워싸다니,
나는
하늘이
달아날까 봐
몇 번이나
선잠이 깨어
그 거대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날 밤
파도와 함께
밤하늘을
다 읽어 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그날 밤
하늘의
한 페이지를
훔쳤다는
걸,
그 한 페이지를
어느
책갈피에
끼워 넣었는지를
-나희덕-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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