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그릇

빈 그릇

차랑차랑한
이슬을

동글동글 그대로
한번 담아보고
싶다.

산뜻한
무지개,

그리고
비 그친 뒤의
저 푸른
하늘을

차곡차곡
가슴이
넘치도록

한번
담아보고
싶다.

맑은 새소리
밝은 햇살
…………
…………

그런데
그런데

네가 앉은
그 곳에도
내가 섰는
이 곳에도

흩날리는 먼지.
뿌연 먼지.

나는
오늘도
그릇을 닦는다.

작은 나래
파닥거려
그릇을 닦는다.

담을 것만을
담고 싶은

내 바램의
빈 그릇

나는
오늘도
그릇을 닦는다.

-이무일-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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