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린 뒤

봄비 내린 뒤

개 밥그릇에
빗물이 고여
있다

흙먼지가
그 빗물 위에 떠
있다

혓바닥이
닿자 말갛게 자리를
비켜주는 먼지의
마음,

위로
통통 분 밥풀이
따라 나온다

찰보동 찰보동
맹물 넘어가는
저 아름다운
소리

뒷간 너머
개나리 꽃망울들이
노랗게 귀를
연다

밤늦게
빈집이 열린다

누운 채로
땅바닥에
꼬리를 치는
늙은 개

밥그릇에 다시
흙비 내린다

-이정록-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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