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대나무는
세월이 갈수록
속을 더 크게
비워가고
오래된
느티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몸을 썩히며 텅텅
비워간다
혼자 남은
시골 흙집도
텅 비어 있다가
머지않아 쓰러질
것이다
도심에 사는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도
머리에 글자를 구겨
박으려고
애쓴다
살림집
평수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친구를
얻으려고
술집을 전전하고
거시기를
한 번 더 해보려고
정력식품을
찾는다
대나무를
느티나무를
시골집을 사랑한다는
내가
늘
생각하거나
하는 짓이 이렇다
사는 것이
거짓말이다
거짓말인 줄
내가 다 알면서도
이렇게 살고
있다
나를 얼른
패 죽여야 한다.
-공광규-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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