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귀뚜라미
가을이
오기는 했다마는
무슨
섬돌이라고
내 책상 아래서
소리를 내고 있는
귀뚜라미야
네 맑은 음악
네 깨끗한
소리
그다지도 열심히
그침 없이
오래오래
내 귀에 퍼부어
귓속에 마르지 않는
샘물을
세상에서
제일 맑은 샘물을
솟아나게 하고 있는
귀뚜라미야
지난 여름의
내 게으름과
게으르기 쉬운
정신을 일깨우는
17mm 작은 몸의
날개에서
울려내는
너의 소리는,
예컨데
저 모든 종교라는
것들의 경전들을
다 합해도
도무지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할 말씀
이시다
실솔(蟋蟀)이여
내가 알아들을 때까지
(실은 들리자마자
알아들었거니와)
열심히,
의도한 듯 열심히
내 귀에
퍼부어
내 가슴을
세상에서 제일
맑은
샘물의
발원지로
만들고 있는
실솔이여
-정현종-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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