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야

누나야

누나야

다섯살
어린 동생을 업고
마실 갔다가

땀 뻘뻘흘리며
비탈길 산지기
오두막 찾아오던

참대처럼 야무진,
그러나 나와 더불어
산지기 딸인
누나야

국민학교 때

‘코스모스
꽃잎에 톱날
박혀 있네

톱질하시던 아버지
모습 아련히
떠오르네’

동시를
지어 백일장에
장원한
누나야

나이팅게일이
되겠다고,

백의 천사가
되겠다고

간호대학에 간
누나야

졸업한 다음

시내 병원 다 뿌리치고
오지마을 무의촌
진료소장이 된
누나야

부임 첫날
다급한 소식 듣고
찾아간 곳 다름 아닌
냄새나는
축사,

난산의
돼지 몸 푸는
날이었다고

다섯 마린지
여섯 마린지 돼지 새끼
받아내느라
혼났다던

스물 두 살 누나야

못난 동생
시인 됐다고
그럴 줄 알았다고
머리 쓰다듬던
누나야

병든 엄마
병들었다고
누구보다 먼저
친정 달려와

링거병
꽂고 가는
양념딸
누나야

이제 곧
큰 길이 나고
사라진다는 고향마을
중고개에

아직도
나를 업고
가느라 깍지 낀 손에
파란 힘줄 돋는
누나야

세상의
모든 누나들을
따뜻한 별로 만든

나의 누나야

-반칠환-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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