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행버스를 탔다
오랜만에
광화문에서
일산 가는
완행버스를
탔다
넓고
빠른 길로
몇 군데 정거장을
거쳐
대도시에서
신도시로 직행하는
버스를 보내고
완행버스를
탔다
이 길 저 길
좁은 길을
거쳐
사람이
자주 타고 내리는
버스를 타고
가며
남원추어탕 집도
지나고
파주옥 앞도
지나고
전주비빔밥 집도
지나고
스캔들양주 간판과
희망맥주 앞을
지났다
고등학교
앞에서는
탱글탱글한
학생들이
기분 좋게 담뿍
타는 걸 보고
잠깐 졸았다
어느새
버스는 뉴욕제과를
지나서
파리양장점 앞에서
천국부동산을 향해
가고 있었다
천국을 빼고는
이미 내가 다 여행 삼아
다녀본 곳인데
완행버스를
타고 가며
남원, 파주,
전주, 파리, 뉴욕을
다시 한 번 다녀온
것만 같다
고등학교도
다시 다녀
오고
스캔들도 다시
일으켜
보고
희망을
시원한 맥주처럼
마시고 온 것
같다
직행버스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을
느릿느릿한
완행버스로
다녀왔다
-공광규-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