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저녁
요즘
깍두기
모서리가
삐뚤빼뚤하고
오이무침
두께가 들쑥날쑥
입니다.
어제는
양파를 썰다가
손을 베었는데
손끝이 아니라
가슴이 아렸답니다.
오늘
저녁에는
묵은 무를
썰다가
구멍이
숭숭한 내 몸을
보았습니다.
저녁 밥상에
국그릇을
올리는데
남편이
또 반찬 투정을
하더군요.
“바람 든 것들은 못써,
맛없으니 버려!”
화들짝
놀란 나는
국을 발등에
쏟았지요.
넘지 못할 곳을
넘어 다니다
보니
손발이 이렇게
험해지나
봅니다.
화장대 앞에서
연고를
바르다가
문득
집을
나갔던 엄마를
생각하였습니다.
도마소리가
유난히 엇박자
불협화음
이었던
제
나이쯤이었을
때
엄마의 저녁을.
-공광규-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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