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식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이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狂症)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와서
몸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신동엽-
(1930-1969)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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