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우체국
옛사랑
여기서 얼마나
먼지
술에
취하면 나는
문득 우체국 불빛이
그리워지고
선량한
등불에 기대어
엽서 한 장 쓰고
싶으다
내게로 왔던
모든 이별들
위에
깨끗한
우표 한 장
붙여주고
싶으다
지금은
내 오랜 신열의
손금 위에도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시절
낮은
지붕들 위로
별이 지나고
길에서
늙은 나무들은
우편배달부처럼
다시 못 만날
구름들을 향해
잎사귀를
흔든다
흔들릴 때
스스로를 흔드는
것들은
비로소 얼마나
따사로운 틈새를
만드는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이별이 너무
흔해서
살아갈수록
내 가슴엔 강물이
깊어지고
돌아가야 할 시간은
철길 건너 세상의
변방에서
안개의
입자들처럼
몸을 허문다
옛사랑
추억 쪽에서
불어오는 노래의
흐린 풍경들
사이로
취한
내 눈시울조차
무게를 허문다
아아,
이제
그리운 것들은
모두 해가 지는 곳
어디쯤에서
그리운
제 별자리를
매달아두었으리라
차마
입술을 떠나지
못한 이름 하나
눈물겨워서
술에 취하면 나는
다시 우체국 불빛이
그리워지고
거기
서럽지 않은
등불에 기대어
엽서 한 장
사소하게 쓰고
싶으다
내게로 왔던
모든 이별들 위에
깨끗한
안부 한 잎
부쳐주고
싶으다
-류근-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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