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

메주

날콩을
끓이고 끓여
푹 익혀서

밟고
짓이기고 으깨고
문드러진
모습으로

한 덩이가 되어
붙는 사랑

다시는
혼자가 되어
콩이 될 수 없는

집단의 정으로
유입되는 저 혼신의
정 덩어리

으깨지고
문드러진 몸으로
다시 익고
익어

오랜 맛으로
퍼져가는 어설프고
못나고 냄새나는
한국의
얼굴

우리는
엉켜버렸다
끈적끈적한 점액질의
실 날로 서로
엉켜

네 살인지 내 살인지
떼어내기 어려운
동질성

네가 아프면
내가 아프고
내가 아프면
네가 아픈

그래서
더는 날콩으로
돌아갈 수
없는

발효의
하얀 금줄의 맛

분장과 장식을
모두 버리고

콧대마저
문지른 다음에야

바닥에서
높고 깊은 울림으로
온몸으로 오는

성(聖)의 말씀 하나

-신달자-

시집[오래 말하는 사이]중에서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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