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을 끓이며
그새 또 잊었다
오랫동안
또글또글
해졌을
팥
웬만해서는
풀어지지
않는다는
것
시간이란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어서
옹골지게
굳은 팥에게도
껴안았던 햇빛
다 풀어놓을 시간이
필요한
법
한 시간에 해치울
욕심 놓아두고
약한 불로
되돌린다
그제서야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하는
선믹서에
마저 갈아 체에
거른다
헤쳐진 살
고루고루 퍼지게
잘 저어야 하는데
반죽
다듬는 사이
파르르 넘친다
아, 이 불같은 성질
저어주지 않으면
밑이 타고
위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고야
마는
천천히
저어야만
지
성질 온전히
풀어지는
압축된
열
그래서
팥죽은 붉다.
-임혜주-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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