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아침은
새해
새 아침은
산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 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짓는다.
-글/신동엽-
(1930-1969)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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