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집
전깃줄에
닿는다고
인부들이
느티나무를
베던 날
아파트가
있기 전부터
동네를 지키던
나무는
전기톱이
돌아가자
순식간에
쓰러졌다
옛날 사람들은
가지 하나를 꺾어도
미안하다고
나무 밑동에
돌멩이를 던져
주었고
뒤란
밤나무를
베던 날
아버지는
연신 헛기침하며
흙으로 그 몸을
덮어주는 걸
보았는데
느티나무의
숨이 끊어지자
인부들은
그 커다란
몸을 생선처럼
토막내어
싣고 갔다
이파리들의
그늘에 와 쉬어가던
무성한 여름과
동네 새들이
깃들이던
하늘의 집을
그렇게 어디론가
싣고 가버렸다
-이상국-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 창비. 2005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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