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옥헌 별자리
원림에 드니
그늘까지
붉다
명옥헌*을 따라
운행하는
배롱나무는
별자리보다도
뜨거워
눈이
타들어가는
붉은 계절을
완성한다
은하수
쏟아져 내리는
연못 속
꽃그늘
그 그늘
안에서는
무엇이든
옥구슬 소리로
흘러가고
어디선가
시작된 바람은
낮은 파문으로
돌아와
우주의
눈물로 화들짝
여울져
가는데,
기어이 후두둑
흐드러지는
자미성**
연못 속으로
어느 인연이
자맥질 해
들어왔나
문이란 문 죄다
열어젖히고
한여름 염천에
백리까지 향기를
몰아간다
그 지극함으로
꽃은 피고
지는 것
제 그림자를
그윽히 들여다
보며
아무도
본 적 없는
첫 개화의
우주에서
명옥헌
별자리들의
황홀한 궤도가
한창이다
한 생을 달려와
뜨겁게 피어나는
배롱나무
드디어
아무 망설임 없이
안과 밖을
당기니
활짝 열고
맞아들이는
견고한
합일의 연못
눈물겹게, 붉다
-최재영-
*명옥헌 :
전남 담양군 소재.
조선중기 오이정이 세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옥구슬소리 같다하여
명옥헌이라 함.
**자미성 :
자미는 백일홍나무,
배롱나무라고도 하며
하늘의
은하수를 본따
명옥헌 연못 주위에
28그루의 배롱나무를
심었다고 함.
전북도민일보
2019 신춘문예
시 당선작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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