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나라, 노동자 세상
이 세상의 맨 처음에
우린
우리들의
부모를 떠났고
우리들의 고향을
떠났다
이 세상의 맨 처음에
손발이
댕겅 잘리는
프레스 작업대에서
하꼬방 다락방 할미꽃으로
허리 꺾인 여공 시다로
우린 이 세상을
만들었다
이 세상의 맨 처음에
우린
배가 고파 밥을
달라고
하였다
춥고
배고파요
견딜 수 없어요,
제발 조금만 주세요
애원하였다
몇 사람이
무참히 피를 흘렸다,
몇 사람이 개같이 끌려갔다,
살진 돼지처럼
맞아 죽었다,
그리고
몇백만의 눈물이
이 세상을 홍수로 넘치게
하고서야
저들은
우리들의 헐벗고
발가벗은 몸을 겨우겨우
가려 주었고
우리들의
주린 배를
겨우겨우 채워
주었다
우리들이 지은 밥,
우리들이 만든 옷,
우리들이 쌓은 벽돌,
아아 우리들이
건설한
나라
우리들이
이 세상의 주인이므로
우리들 몇 사람이 피 흘렸을 때
세상은 앞장서서
피를 흘렸고
몇 사람이 끌려갔을 때
세상이 앞장서서
끌려갔다
수백만이
눈물 흘렸고
부모와 처자식과 동지와
고향과 조국이, 온 세상이
더불어 눈물
흘렸다
우리들이
조금 더 많은 것을
저들에게 부탁했을 때
우리들은
기계가 아녜요,
우리들은 짐승이 아녜요,
인간답게 살고 싶어요
애원했을 때
저들은
왜놈의 장도칼로
우리들의 배를
쑤셨고,
파쇼
경찰의
몽둥이로
우리들의 골통을 빠갰고,
미제의 총으로
우리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고
수많은 사람이 끌려갔고
수많은 사람이 업수임당했고
수많은 사람이
능욕당했다
우리들이 지은 밥,
우리들이 만든 옷,
우리들이 쌓은 벽돌,
아아 우리들이
건설한
나라
우리들이
이 세상의
주인이므로
우리들
수많은 사람이,
사람다운 노동자가
피를 흘렸을 때 세상은
온몸으로 피를
흘렸고
우리들
수많은 사람이,
사람다운 노동자가
끌려갔을 때 세상은
온몸으로
끌려갔다
이제
상처투성이 세상인
우리가 나서야 한다
떨쳐 일어나,
갈비뼈 부러지고
내장이 쏟아져 나온
이 세상을
세상인 우리가
뜯어고쳐야 한다
우리가 일어서지 않으면
세상이 일어서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해방되지 않으면
세상이 해방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피 흘리는 세상의 상처를
닦아내지 않으면
세상은 피 흘리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이 지은 밥,
우리들이 만든 옷,
우리들이 쌓은 벽돌,
아아 우리들이
건설할 나라
보다 나은 세상,
보다 나은 우리 스스로
다시 한 번 건설하기 위하여
우리는 전태일의 순결한 피로
평화의 세상을
이룰 것이다
우리는
김경숙의 꽃다운 피로
해방의 세상을 이룰 것이다
우리 김종태 박종만 박영진
김장수 오범근
아아
억울한 투쟁의 피로
만인의 전쟁에서
만인의 평화로
만인의
참혹함에서
만인의 아름다움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빛에서 피땀의
찬란한 삶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우리들의 투쟁으로
우리를 해방시키며
민족통일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아아
우리들의 나라,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
아아
우리들의 나라,
만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
-글/김정환 시인-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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