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살이
잡초처럼
살아가는 인생들이
머무를 곳은
단칸방인 셋방살이
넓디 넓은 세상바닥에
발 붙일 땅도 없어서
움츠리고 살아감도
죄도 없이
죄 지은 목숨처럼
어깨는 늘 처지고
뱃속은 늘
허전하기만 하였다.
도시의 곳곳엔 공룡의 전시장을 만들듯이
많고 많은 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헛물켜듯 바라만 보다가
연중 행사로 찾아오는 봄 그리고 가을
콧노래를 부르기도 전에
탐스런 열매를
맛보기도 전에
보증금 월세를 올리려는
집주인 마나님의 싸늘해 보이기만 한 눈빛은
이웃나라 처절한
전쟁소식보다
코 앞에 닥친 급보 중의 급보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
행복의 둥지는 쉽게 마련될 것만 같은
나이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애숭이가
오직 사랑하는 마음과 꿈에 부푼 마음으로
신혼 살림을 시작해 수년 동안
이리저리 걷어채이듯 셋방살이를 하다 보면
통곡도 못하고 눈물을 삭이며
애증이 쌓여서 어처구니 없는
사내 꼴이 되는 일들이 많고 많았다.
온 세상을 향하여 못난
욕지거리를 수도 없이 해대며
어금니에 힘을 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가 머무를 방 한 칸 얻기가
어렵고 어려운 인생문제 물기였다.
왜 우리만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가난한 사람들은
버려진 삶처럼 아무도 관심없이 외로움이 되어
머무를 곳을 찾아 철새가 되는 것이다
낯선 곳으로 값싼 곳으로
찾고 찾아 대문을 두드리면
애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하고
우리 집은 잠만 잘 사람에게
세를 준다는 이유로 말도 못 붙이고
새로 짓고 새로 도배를 했기 때문에
신혼부부에게만 방을 준다기에
마른 눈물을 흘리며 돌아설 때가
많고 많았던 슬픈 이야기 같은 삶을 살았다.
인생이란 누구든 한번 왔다 가는
머물다 가는 길인데
어차피 모든 인생은 세상살이인 것을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셋방살이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
우리네 삶은 늘 슬펐다.
어린 자식들 굴비 엮듯 줄줄이 데리고
산동네 달동네 머무를 곳을 찾아
두리번 두리번거리다
어렵사리 얻은 셋방에
한 식구 덩그렇게 앉으면
감사가 있고 웃음이 있고 사랑이 있고
애비는 가족들에게 용서를 빌며
마음에 눈물을 철철 흘리는 것이다.
신혼의 단꿈을 꾸었던 혼수이불을 넣은
장농도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는데
언젠가 푸른 대문에 이름 석 자 써놓을 날을
고대하며 바라며
오늘도 이 땅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삿짐이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용혜원-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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