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가을에 서서

내 나이 가을에 서서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

내 밥그릇이
가득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 반짝 윤이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
향기도 옅어
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

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서야 보이는
이제서야 들리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 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 우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

내 나이
가을에

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

-이해인-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