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나름대로의 길
가을엔
나름대로
돌아가게 하라.
곱게 물든
단풍잎 사이로
가을바람 물들며
지나가듯
지상의
모든 것들
돌아가게 하라.
지난 여름엔
유난히도
슬펐어라
폭우와 태풍이
우리들에게 시련을
안겼어도
저 높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라.
누가 저처럼
영롱한 구슬을
뿌렸는가.
누가 마음들을
모조리 쏟아
펼쳤는가.
가을엔
헤어지지 말고
포옹하라.
열매들이
낙엽들이
나뭇가지를 떠남은
이별이 아니라
대지와의 만남이어라.
겨울과의 만남이어라.
봄을
잉태하기 위한
만남이어라.
나름대로의 길
가을엔
나름대로
떠나게 하라.
단풍물
온몸에 들이며
목소리까지도
마음까지도 물들이며
떠나게 하라.
다시
돌아오게,
돌아와 만나는
기쁨을
위해
우리 모두
돌아가고 떠나가고
다시 돌아오고
만나는
날까지
책장을
넘기거나,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를 띄우거나
아예
눈을 감고
침묵을 하라.
자연이여,
인간이여,
우리 모두여.
-조태일 시인-
(1941-1999)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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