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가을입니다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메밀꽃 자욱한
봉평 쯤에서

길 묻는 한 사람
나그네이고
싶습니다

딸랑거리며
지나가는 달구지 따라
눈 속에 밟힐 듯한
길을 느끼며

걷다간 쉬고
걷다간 쉬고 하는
햇빛이고
싶습니다

가끔은
멍석에 누워
고추처럼 빨갛게
일광욕하거나

해금강
바라뵈는
몽돌밭을 지나는
소금기 섞인 바람이고
싶습니다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이

구두 아래
바지락거리는
이맘 때

허수아비처럼
팔을 벌린
내 마음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김재진-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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