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평소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방이
아무리 말을
치장해도

그 말에
진실이 담겨 있지
않으면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느니

하물며
시의 표상(表象)이
아무리 현란한들


실재(實在)가
없고서야

어찌 감동을
주랴?

흔히
말과 생각을
다른 것으로
아나

실상
생각과 느낌은
말로써
하느니

그래서
“언어는 존재의 집”
이렷다.

그리고
이웃집에 핀
장미의 아름다움도

누구나
그 주인보다 더
맛볼 수 있듯이

또한
길섶에 자란
잡초의 짓밟힘에도
가여워 눈물짓는
사람이 따로
있듯이

시는
우주적 감각과
그 연민(憐憫)에서
태어나고 빚어지고
써지는 것이니

시를
소유나
이해(利害)의
굴레 안에서

찾거나 얻거나
쓰려고 들지
말라!

글/구상(1919-2004)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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