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굽다
사당역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려고
에스컬레이터에 실려
올라가서
뒤돌아보다
마주친 저 수많은
얼굴들
모두
붉은 흙
가면 같다
얼마나
많은 불가마들이
저 얼굴들을
구워 냈을까
무표정한
저 얼굴 속
어디에
아침마다
두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힘
숨어 있었을까
밖에서는
기척도 들리지 않을
이 깊은
땅속을
밀물져
가게 하는 힘
숨어 있었을까
하늘 한구석
별자리마다
쪼그리고
앉아
별들을
가마에서
구워 내는 분
계시겠지만
그분이
점지하는
운명의 별빛 지상에
내리겠지만
물이
쏟아진 듯
몰려가는 땅속은
너무나 깊어
그 별빛
여기까지 닿기나
할는지
수많은
저 사람들
몸속마다에는
밖에선
볼 수 없는 뜨거움이
일렁거리나
보다
저마다
진흙으로
돌아가려는 몸을
일으켜
세우는
불가마 하나씩
깃들어 있나
보다
저렇듯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 얼굴을
구워 내고
있었으니
모든 얼굴은
뜨거운 심장이 굽는
붉은 흙 가면인가
보다
-김혜순-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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