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도그마

언더도그마
(Underdogma)

 

힘의 차이를 근거로 선악을 판단하려는 오류로, 맹목적으로 약자는 선(善)하고, 강자는 악(惡)하다고 인식하는 현상이다. 사회과학에서 약자를 뜻하는 언더독(underdog)과 맹목적인 견해, 독단을 뜻하는 도그마(dogma)의 합성어. 두 단어 모두 dog가 들어간다. 언더독의 도그마(Underdog’s dogma)로 풀어 쓰이기도 한다.

언더독 효과의 문제점은 이전부터 자주 논쟁거리가 되어왔으며, 이 현상은 동정 과잉, 레미제라블 컴플렉스 등 여러 형태로 불렸다. 언더도그마라는 단어로 이를 정의한 것은 미국의 티 파티 논객인 마이클 프렐(Michael Prell)으로, 그의 대표 저서(#)인 <언더도그마>에서 처음으로 사용해 널리 알려졌다. 본래 이 책에서 비판하는 주요 내용은 이슬람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분별한 옹호, 나아가 최근의 퇴행적 좌파로 규정되는, 소위 진보주의와 평등사상을 지향한다면서 ‘서구권 기준으로’ 사회적 소수자,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또 그들이 반대하는 이스라엘과 우파의 대척점에 있다는 이유로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이슬람권의 극단주의화나 인권탄압 문제는 진영논리에 따라 침묵/옹호하는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언더독 효과는 개인 대 개인이 아닌, 집단 대 집단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또한 언더독과 오버독의 위치는 상황과 시대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요지인데, 일례로 한때는 홀로코스트 때문에 유대인이 언더독으로 응원받았지만, 이제는 정반대가 되어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이 언더독으로 응원받고 유대인이 되려 오버독으로 비난받는 위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언더도그마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은 이성보다 감성이 더 중시되며 원칙과 절차가 유명무실해진다는 점이다. 흔히 약자는 배려와 구호의 대상이 되기 쉽고 대중들은 강자보다는 약자에게 동정과 공감을 보내게 되는데, 여기까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누구는 무고한 피해자이고, 누구는 억압적인 악당이다’는 식의 극단적인 판단으로 치닫게 된다면 사회 문제로 번지게 된다.

본래 여론이라는 것은 휘발성이 강하고 감정적으로 흔들리기 쉽다. 불황에 시달리거나, 구성원 간 갈등이 심하고 분열된 사회에서는 이런 여론이 불같이 솟아 곧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심각해지면 포퓰리즘이나 파시즘같은 사상이 등장한다. 이런 사상들은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민주주의와 비슷해 보이나, 이는 대중의 감정에 따른 정책 남발로 국가의 안정성을 깨뜨리거나 이른바 ‘떼법’으로 불리는 기존 제도의 개악(改惡)화, 악법의 입안, 사법기관 독립성 훼손(이하 사법 문단 참조)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수가 있다. 정말로 최악의 경우에는 우르르 모여 마녀 하나 죽여서 광장에 매달아 놓고 정의를 구현했다고 외치는 광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강자, 약자의 상호 분노와 상호 혐오 시대가 개막한 오늘날에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언더도그마가 사회에 끼치는 폐해는 실로 강력한데, “너희 강자들은 가진 것도 많은데 피해 좀 생겼다고 뭘 징징거리냐?”라든지 “가난하고 불쌍한 약자한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다니, 눈물도 없습니까?” 같은 호소가 당연시된다면 사회가 정해진 규칙대로 잘 굴러갈 리가 없다. 이는 양 극단인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에 대한 비판에서도 마찬가지로, 둘 다 옳지 않다. 2010년대 들어서는 소위 ‘감성팔이’나 ‘무임승차’의 폐해를 겪어 염증이나 피로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정치 성향을 떠나서 언더도그마를 지양하는 정서가 상당히 퍼져 있으며 극단적으로는 지양 수준이 아니라 거의 극혐 수준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언더도그마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혹은 “Might makes right”(힘이 곧 정의다)의 대척점에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동일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생계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형량을 낮게 처벌해야 한다는 식으로, ‘가난한 사람들'(혹은 기타 ‘불쌍한’ 사람)은 처벌을 약하게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실제 적용되는 논리이다. 이를 보편화시킬 경우 기업가와 노동자, 생산자와 소비자 등 경제 주체들을 집단별로 갈라 탈세 등의 행정범죄에 대해 어느 한쪽에는 무거운 형량을 매기고 다른 쪽에는 적은 형량을 매겨야 한다는 식의 논리로 향하게 된다.

201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꽤 남용되고 있다. 원래 학술적 용어도 아닌 유행어에 불과한데도 특정한 메시지를 담기 좋은 용어이기 때문에 즐겨 쓰이나 언더도그마는 상당히 이념적, 정치적이고 프레임이 담긴 용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왜 언더도그마에 휩쓸리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가 스스로 권리를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약자를 옹호해야 한다는 감성팔이가 먹히기 쉽다.

언더도그마라는 신조어가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국에서 생겨났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일종의 어퍼머티브 액션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아무래도 강자들보다는 약자들이 훨씬 더 많아 민주주의에서는 언더도그마가 발생하기 쉽다. 예를 들어, 명문대와 비명문대를 비교하면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마련이라 자신과 관련하여 좋으면 찬동하고 싫으면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입장이 변하면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들도 사실 자연스러운 본성이다. 공부를 못했는데 잘하게 되거나 돈이 없었는데 돈이 많아지면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나 돈이 없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멸시, 기피하게 될 수도 있다. 오프라인에서나 온라인에서나 밑바닥 출신에서 벗어난 자수성가자들이 밑바닥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혐오하는 발언을 하고 다니는 경우도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런 현실을 고려하면 약자의 입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언더도그마를 옹호하는 바탕은 감성팔이가 아니라 자기보신과 이기심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약자였던 유대인들조차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서는 동정을 호소하고 다녔지만 정작 그들은 같은 민족이었던 사마리아인을 자기들보다 먼저 이민족들에게 정복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했다. 그래서 그런지 예수를 팔았다는 누명(?)을 쓰기 전부터 유대인들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이 편견에 의해 누명을 쓰기 쉽다는 것이다. 당장 나무위키에 기재된 누명 사건 사례들을 보더라도, 피해자의 상당수가 사회적 약자임을 알 수 있다. 그 중에는 살인 누명이나 간첩 누명을 쓴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애먼 사람이 사형을 당할 수도 있는 문제다. 물론, 사회적 강자라고 하여 누명을 쓰지 않는다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그런 이들의 경우 좋은 변호사를 쓸 수 있기 때문에 목숨이 왔다갔다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까지 가기는 어렵다.

실제로 무고한 사람이 사형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흑인에게 선거권이 없었던 1940년대 미국에서는 14세의 흑인 소년이 살인 혐의로 사형을 당했는데, 무려 60여 년이 지나서야 진범이 자백을 하고 사망했고 다시 10년 후에야 진범의 유족들이 이 사실을 세상에 공표하여 결국 소년의 누명이 밝혀지는 데 70년이 걸렸다.(기사)

이처럼 편견에 의해 약자나 소수자가 처음부터 유죄로 추정되어 억울하게 목숨마저 잃는 경우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언더도그마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 미국의 리버럴 세력이 언더도그마 논리를 주장하는 것도 흑인이나 히스패닉에 대한 경찰이나 사법 기관의 인종차별적인 법집행이 미국 사회 내에서 사회적으로 여전히 문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무고한 사람이 경찰이나 사법 기관의 실수로 인해 억울한 형을 살게 되거나, 범죄자라고는 하지만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살인이나 강간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흉악범과 동일한 수준의 형을 부당하게 적용받는 등의 사례들이 있어 왔고(이에 더해서 흉악범이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고 좋은 변호사를 써서 가벼운 형을 받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 이것이 미국 사회 특유의 엄벌주의적 경향으로 인해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때문에 언더도그마 논리가 판을 치게 된 것은 물론이고, 오랜 세월 동안 미국 사회를 지배해 왔던 엄벌주의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From: 나무위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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