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4번 출구
딸애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 애는
몸을 바꾸자고
하지만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그냥
고향 여름
밤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닥이 편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대지(大地)의
소작(小作)
이다
내
조상은
수백 년이나
소를 길렀는데
그 애는
재벌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한국의
대 유럽 경제정책을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
보다는
부리는 걸
배운다
그 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우는 저를 업고
별하늘 아래
불러준
노래나
내가 심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알겠는가
그래도
어떤 날은
서울에 눈이 온다고
문자 메시지가
온다
그러면
그거 다 애비가
만들어 보낸 거니
그리 알라고
한다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나는
그전에 서울 가면
인사동 여관에서
잤다
그러나 지금은
딸애의 원룸에 가
잔다
물론
거저는 아니다
자발적으로
아침에 숙박비
얼마를
낸다
그것은
나의 마지막
농사다
그리고
헤어지는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그 애는
나를 안아준다
아빠
잘 가
-이상국-
월간’문학사상’(2010, 5월호)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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