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구월의
싱그러운
밤을
코스모스
늘어진 중랑천
산책로를 따라
손깍지로
다정히 하나
되어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아내와 함께
걸었다
이십여 분
걸었을까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나는
발등에 서서히
물집이
잡혔다
아내는 두툼한
등산 양발을 벗어
내 큼지막한 두 발에
신겨 주었다
한참을 걷더니
아내가 말한다.
‘여보,
나도 발등이
쓰라려 오네.’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더니
오른쪽
발등이란다.
사실 난 왼발 발등만
쓰라렸기에 냉큼
오른쪽 양말을
벗어
아내에게
신겨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켤레의 양말을
나는 왼발, 너는
오른발에
신고
상쾌한
가을 공기 속을
걸었다
천생연분!
-정연복-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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