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꽃들아,
미안하다
붉고 노란색이
사람의 눈을 위한 거라고
내 마음대로
고마워한
일
나뭇잎들,
풀잎들아 미안하다
푸른 빛이
사람들을 위안하려는
거라고 내 마음대로
놀라워한
일
꿀벌들아,
미안하다
애써
모은 꿀들이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거라고 내 마음대로
기특해 한
일
뱀 바퀴 풀쐐기
모기 빈대들아
미안하다
단지 사람을
괴롭히려고 사는
못된 것들이라고
건방지게
미워한
일
사람들아,
미안하다
먹이를 두고
잠시 서로 눈을
부라린 이유로 너희를
적이라고
생각한
일,
내게 한순간
꾸며 보인 고운 몸짓과
단 말에 묶여 너희를
함부로 사랑하고
존경한
일,
다 미안하다
혼자
잘난 척,
사람이 아닌 척하며
거추장스럽다고 구박해 온
내 욕망에게도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남을 위해,
사람을 위해 살지 않고
바로 제 몸과
마음 때문에
또는
제 새끼들 때문에
살고 있음을
이제서야
알아서
정말 미안하다
-이희중-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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