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되지 않기 위하여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하여

궁금해졌다. 사전을 찾아보니 ‘꼰대’는 노인이나 선생님을 뜻하는 은어라고 나왔다. 내가 아는 꼰대의 뜻과 크게 어긋나진 않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떤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내 맘대로 ‘꼰대 지수’를 측정하는 문항들을 만들어보았다. 대략 다음과 같다.

‘꼰대 지수’를 측정하는 문항들:

1. 사람들이 자기를 어떤 호칭으로 부르냐에 민감하다.

2. 식당이나 주유소에서 ‘사장님, 어서오세요’라고 들으면 기분이 좋다.

3. 식당이나 주유소에서 ‘사장님, 어서오세요’라고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속으로 ‘나 사장 아니라 교수인데’ 생각하면서).

4. 모임에 나가면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내가 한수 가르쳐주지’ 식의 말을 많이 한다.

5. 모임에 나가면 겉으로는 말을 많이 안 해도 속으로는 많이 한다(주로 ‘이런 한심한 것들’로 시작하는 말들을).

6. 중요한 말을 하는데 누가 껴들면 거대한 분노를 느낀다.

7.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기는커녕 한참 부족하다고 느낀다.

8. 나이가 어리거나 직위가 낮은 사람들 앞에서 위에 제시한 경향들이 강해진다.

내 맘대로 만든 리스트라 타당성이나 신뢰성에서 자신을 할 수 없으니 이 정도로 하겠다.

위의 질문에서 ‘그렇다’의 빈도와 정도가 놓을수록 꼰대일 가능성이 크다. 위의 문항들을 근거로 삼아 추론한 꼰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꼰대의 특징:

1. 권위주의적이다.

2. 자기만 옳고 타인은 그르다.

3.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이거나 질문을 할 줄 모른다.

4. 의식이 굉장히 깨어 있는 척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구태의연하다.

이 정도면 꼰대의 특징이 대략 정리된 것 같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다른 사람들이 내린 꼰대의 정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떤 사람들이 꼰대가 되느냐 하는 것이리라. 꼰대는 보통 나이가 지긋한 분들을 비아냥대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꼰대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갈림길을 사십대에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가설이지만 사십대의 삶이 이후의 꼰대적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왜 사십대일까? 사십대는 사회적으로 가족, 세대, 직장에서 본인의 지위가 중에서 상으로 올라가는, 아니 올라가야 한다고 인식되는 연령대이다.

뭔가를 성취해도 사십대에 이루어야 한다. 사십대에 성공을 향한 길에서 퇴출되느냐 마느냐, 승자가 되느냐 패자가 되느냐가 결정된다고 여겨진다. 그만큼 외부의 평가에 민감해지는 시기가 바로 사십대이다.

그런 이유로 사십대에는 특유의 심리적 방어기제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 방어기제는 외부의 강한 자극에 이렇게 반응한다. “내가 어쨌다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만큼 했는데,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왔는데 뭘 더 바래? 뭘 더 어떻게 하라고?” 꼰대는 결국 이러한 심리적 방어기제가 과잉 작동하여 ‘수동-공격형 행태’를 타인에게 빈번히 표출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꼰대는 자신을 둘러싼 피곤한 경쟁문화와 억압적인 불평등구조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불리할 때는 그것을 부정하고 유리할 때는 그것을 긍정한다. 그래서 꼰대의 전형은 자신이 세상에게서 마땅히 받아야 했으나 받지 못한 인정을 만만하거나 자신보다 약자인 사람에게서 보상받으려는 사람이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사십대를 살아야 할까? 사회의 코너에 내몰려 라이트 훅, 레프트 훅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을 때, 링 너머의 삶, 경쟁 바깥의 세상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바깥에 대한 상상과 사유’를 놓지 않을 때 나도 모르게 타인을 코너로 몰아 라이트 훅, 레프트 훅을 날리는 끔찍한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십대 초반인 나는 앞으로 꼰대가 되지 않는 삶을 필사적으로 살 것이다. 왜냐고? 꼰대로 사느니 인간으로 죽고 싶기 때문이다. 나에게 꼰대가 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고 서글픈 괴물이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보선 시인-
(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From:한국일보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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