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봄비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 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 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고정희-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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