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함께 사는 법

불안과 함께 사는 법

3월입니다.

분명 봄의 시작이겠지만 올해는 마치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계절처럼 느껴집니다.
거리 곳곳으로 짙은 안개처럼 불안의 기운이
스며있고 지나며 마주치는 사람들의 외투와
얼굴에서도 봄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어려서부터 기관지가 예민해 겨울철 잔기침을
달고 사는 저는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기침을 참느라 고역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공간
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줄까 염려해서고
따가운 시선을 받는 느낌도 불편해서 입니다.
그래서 늘 가방에 따뜻한 물이 담긴 보온병을
넣고 다니며 수시로 꺼내 마십니다. 아무래도
기침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기침이 진정되지 않으면 지하철에서 잠시
내렸다가 다음 차편을 이용합니다.

미국 거리에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마스크를 쓸 정도로 병세가
나쁘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집에 머물러야 한다
는 사회적 인식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마스크를 구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상황이 더 나빠지면 이곳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활보하게 될지 모
르겠습니다. 저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
절히 바랄 뿐입니다.

불안의 원인에 대한 심리학적 견해는 아주 복잡
하고 다양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볼 때 즉각
적이거나 물리적인 위협에 대한 반응이라기 보
다는 앞으로 발생할 일에 대한 막연한 추측과 예
상 때문에 생겨난 심리적 반응으로 설명합니다.
실제가 없는 유령 같은 무엇인가에 짓눌려 고통
을 받는 상태인데 특히 스스로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 때문에 그 불안은 더 깊어
집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는 이 불안 때문에
유전학적으로 38세에 그치는 인간의 평균 수명
을 거의 두 배까지 확장시켰습니다. 그러니까
인류는 불안을 떨쳐내려고 죽어라 발버둥치면
서 동시에 그 불안에 힘입어서 재난, 재해, 전염
병 등의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역량을 꾸준히 발전시켰습니다. 사실상 인류의
역사는 숱한  불안에 맞서 싸워온 지난한 기록이
자 둘이 함께 걸어온 공존의 기록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습니다.

철학적으로도 인간의 불안은 사람의 힘으로 극복
할 수 없는 ‘한계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
면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죽음은 인류가 피해 갈 수 없는 명백한 ‘한계
상황’이기에 죽음의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
은 없습니다. 어느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류에게 만일 불안이 전혀 없었다면 욕망을 채우
기 위해 무한 폭주했을 것이고 결국엔 커다란 비극
을 낳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체가 없는 불안에 무조건 굴복하고 스
스로  압도당해 꼼짝 못 하는 삶도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마음속에 그려낸 허상 때문
에 우리의 삶 전체가 질식되게 만들어선 안 됩니
다. 불안은 그 원인을 찾아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때는 우리에게 약이 되지만
불안에 온통 잠식되는 경우엔 치명적인 독이 되
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를 말하고
감염자들과 멀어지길 바라고 스스로를 지
켜낼 방법을 모색하기에 바쁩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기꺼이 위험지역으로 발걸음
을 옮겨 확진자들을 돌보려는 사람들이 있
습니다.  그런 의료진들을 돕겠다고 응원하
고 후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백신
을 만들기 위해 위험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실험실의 연구원들도 많습니다. 이들이 느
끼는 불안이 어찌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다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에게서
불안의 원인을 찾고 그 불안을  줄이기 위
해 당당히 맞서고자 하는 숭고한 마음을
봅니다. 여전히 보석처럼 단단하며 반짝이
는 인류의  희망을 봅니다. 저와 여러분들
도 이들의 노력에 관심을 갖고 응원하며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긴긴 겨울 동안 우리 모두가 간절히 기다렸던
3월입니다,  속히 불안의 짙은 안개로  뒤덮인
거리가 아닌 희망과 역동의 빛으로 충만한
참된 봄의 거리 위에 다시 서고 싶습니다.

우울한 기분으로 나섰던 산책길에서 잠시 어린아
이처럼 지상으로부터 힘차게 한 번 펄쩍 뛰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뛰고난 뒤에 역시 몸은 무거웠으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감독 DP-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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