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그 입춘 사이

희망, 그 입춘 사이

겨울 내내
낡은 양철지붕은
펑펑 쏟아 붓는
함박눈을

잔치 집
밥상처럼
느긋이 먹어
치우고선

입을
쓱쓱 닦고
그 자리에 하늘빛
고드름을 내어
달아

열두
가얏고 소리를
낙숫물과 함께
참 이쁘게
그려냈는데,

그 소리엔
막 글을 깨친
첫째의 책 읽는
소리도 함께 섞여
있어서

하루종일
듣기가 여간
좋은 게 아니었다

이런 날은
으레 일도
없이

빈둥빈둥
천장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나에게

그런
소리를
소중히 나누어
들으라고,

아내는
나를 무릎에
뉘여 놓고

오래도록
귓밥을 파주고
있었다

-곽진구-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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