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사랑합니다
엄마와 통화할 때마다
가끔씩 하는 말이 있다.
“엄마, 이 서방이
엄마, 아빠 엄청 좋아해! 알고 있지?~“
내가 이렇게 말하면,
엄마는 늘 기다렸다는 듯,
“응! 그럼 알고 있지~ 하하”
라고 답하지만,
사실 난,
엄마의 웃음소리 뒤에 감추어진
난감함이 조금은 보이는 듯하다.
아니, 솔직히
난 엄마의 난감함을 완벽히 이해한다.
글쎄, 이 서방이
마음이 티가 나는 사람이어야지 말이다!
아니, 좋아하는 티는 안 나더라도,
말은 좀 하는 사람이어야 뭘 알 텐데,
결혼 8년 차에 접어든 이 서방은
올해도 좀처럼 마음을 티내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서방은 우리 엄마 아빠를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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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이 진실을 깨닫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좋다’는 간지러운 표현은 잘 못하는 사람이고,
말도 별로 없다보니
그냥 당연히 ‘불편하겠지’ 생각했다.
아니, 우리 집에 가면
거의 먼저 말 꺼내는 일 없이 대답만 잘 하는데,
누가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런데 오래 두고 보니 그는 달랐다.
일단 그는 지난 8년 간 단 한 번도
우리 부모님을 나쁘게 말한 일이 없다.
아니, 오히려 어떤 자리에 나가든
장모님 장인어른이 참 좋은 분이라고 말한다.
남들이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건 간에,
이 남자는 늘
‘우리 장모님은 참 좋으셔, 난 참 좋던데“라고 말한다.
단, 엄마 아빠 앞에서는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전혀 못한다는 게 함정인데,
어쨌든 밖에서는 그렇다.
그리고 난 이게 진심임을 잘 안다.
그리고 그는
늘 우리 집에 가자는 말을 먼저 해준다.
꼭 명절이나 생신이 아닐지라도,
시간이 날 때면 갑자기 문득
엄마 집에 가자고 말한다.
딸인 나도 생각지 못한 때에,
늘 먼저 제안해주고,
가고 싶다고 말해주는 게 고맙다.
그냥 그 마음이 고맙다.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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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데,
이 남자는 그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마음도 티가 나지 않고,
진심인 마음도 묻혀 버리고 만다.
밖에서 백번 좋은 말을 한 들,
막상 엄마 아빠 앞에서는 과묵하니
나 말고 누가 알아줄까
그래서 계속 엄마에게
대신 이야기 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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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생각해보면,
‘마음’을 말로 표현할 줄 몰라
손해 보는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수백 개의 마음보단,
‘빈말’이라도 한 번 응원해주는 게
고맙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말로 표현할 줄 모르고,
‘빈말’은 더더욱 못하는 그와 나를 위해
‘마음’도 좀 점수를 줬으면 좋겠다.
부드럽고 예쁜 말을 하지는 못할지라도,
그냥 무던히 갑자기 찾아와주는
그 마음을 보아주었으면,
재미있는 말을 재치 있게 하지 못할지라도,
나쁜 표정 짓는 일 없이
늘 웃고 있는 그 맘을 봐 주었으면 좋겠다.
‘마음’으로는 질 일이 없는데,
말로 표현할 줄 몰라 자꾸 안타깝다.
그도.
나도.
-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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